직업상담학

안녕하세요. 이 블로그는 직업상담학을 전공하거나 실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 혹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주요 콘텐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업상담학 이론 정리 - 자격시험 대비 요약노트 - 실제 상담 사례 및 실무 팁 - 상담 도구 사용법 안내 등 전문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5. 4. 4.

    by. lightly-steps

    목차

      상담 사례로 배우는 정신역동적 직업상담

      “왜 나는 결정을 못 할까요?”

      직업상담 현장에서 상담자들이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단순한 ‘진로 선택의 어려움’보다 훨씬 복잡한 내면의 저항과 갈등입니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선택하고도 자꾸 바꾸고 싶어요”, “결정만 하려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이런 말 속에는 정보 부족 이상의 무엇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한 진로 상담 기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러한 내담자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다루기 위해, **정신역동적 직업상담(psychodynamic career counseling)**은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정신역동적 직업상담의 사례

      지훈(가명)은 27세의 남성으로, 대학 졸업 후 공기업, 사기업, 창업 준비까지 시도했지만 어느 것도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자주 포기하거나 방향을 바꾸곤 했습니다.
      이번에는 직업상담센터에 찾아와 “이번엔 정말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싶다”고 말했지만, 막상 상담이 시작되자 그는 구체적인 선택을 이야기하기보다 ‘막막하다’는 표현을 반복했습니다.  처음 상담자에게는 단순한 정보 부족 문제로 보였지만, 몇 차례의 면담 후 지훈의 무의식적인 불안, 부모의 기대에 대한 과도한 의식, 실패에 대한 회피 경향이 점점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상담자는 보딘의 이론을 적용한 정신역동적 직업상담 접근을 활용하기로 결정합니다.

       

      정신역동적 직업상담의 과정

      1) 탐색과 계약설정: 이야기 뒤의 이야기 듣기

      초기 상담에서 지훈은 상담자에게 “너무 여러 직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하나도 오래 못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상담자는 단순한 흥미 문제로 보지 않고, 지훈이 선택 자체에 대한 불안을 회피하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보딘의 분류 중 ‘선택에 대한 불안’ 유형으로 진단되었으며, 지훈의 언어 속에는 “선택하면 실패할 것 같다”, “부모가 실망할까봐 걱정된다”는 무의식적 갈등이 숨어 있었습니다.

      상담자는 지훈이 자신의 심리적 패턴을 자각할 수 있도록 **명료화(clarification)**와 개방형 질문을 사용했습니다.

      상담자: “그동안 직업을 바꿀 때마다 어떤 감정이 먼저 드셨나요?”
      “그 결정이 누구를 더 의식한 결과였나요?”
      📌정신역동적 직업상담 진단 질문지
      (내담자의 진로 결정에 작용하고 있는 ‘심리적 패턴’을 살펴볼 수 있음)

      아래 질문에 자유롭게 대답해보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떠오르는 감정이나 기억, 생각을 솔직하게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직업이나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 진로를 바꾸거나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때 내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직업을 선택할 때, 내 기준보다 더 크게 작용한 주변 사람의 기대나 판단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 진로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의 부모님(또는 보호자)은 내가 어떤 직업을 갖기를 바랐나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지금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느끼나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내가 자주 피하는 직업이나 선택 방식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진로 고민을 할 때, 감정적으로 나를 가장 흔들리게 하는 말이나 상황은 무엇인가요?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중대한(핵심) 결정의 국면: 나는 직업을 선택하는가, 부모의 기대를 따르는가?

      지훈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직업을 고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부모가 납득할 수 있는가?”, “이게 사회적으로 괜찮은 선택인가?”를 먼저 고려한다는 점을 자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욕구보다 외부 시선을 우선해왔고, 그것이 곧 자신의 욕구 억압과 자아갈등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상담자는 보딘이 제시한 기법 중 **비교(comparison)**와 **해석(interpretation)**을 활용했습니다.

      상담자: “처음엔 디자인 쪽이 즐겁다고 하셨지만 결국 행정직을 준비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훈: “하고 싶은 건 디자인인데, 부모님이 행정직이 안정적이라 해서 결국 그쪽을 택했어요. 근데 오래 못 하겠더라고요.”

      지훈은 직업 선택이 자기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방어적 순응의 결과였다는 통찰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3) 변화의 노력: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말할 수 있게 되다

      이후 상담은 지훈의 욕구를 탐색하고, 직업세계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는 처음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했지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창의적으로 기획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언어화했습니다.

      직업적으로는 ‘HRD 기획’, ‘교육 콘텐츠 개발자’, ‘사회적 기업 활동가’ 등의 분야가 탐색되었고, 이제 지훈은 직업을 ‘회피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표현할 도구’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자는 현실검토와 자기결정 훈련을 병행하여, 지훈이 내면의 불안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했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도왔습니다.

       

      상담 후 변화

      상담 종결 즈음, 지훈은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를 말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완벽히 확신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직업이라는 개념이 **‘타인에게 보이는 나’가 아닌,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 변화는 단지 진로 정보를 많이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마주하고, 억압된 욕구를 통찰하고,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 심리적 과정의 결과였습니다.

       

      정신역동적 직업 상담은 마음을 듣는 작업이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진로상담에서 ‘문제 없음’이라는 표면 진단 아래 숨겨진 심리적 갈등, 불안, 부모의 기대, 자기개념의 혼란이 어떻게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신역동적 직업상담은 단순한 진로 제안이 아닌, 내담자의 삶의 맥락과 심리적 동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직업 선택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는 통찰 중심의 상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내 마음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함께 찾아주는 상담자의 역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