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학
내담자 유형별 직업상담 사례
lightly-steps
2025. 4. 22. 11:00
진로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다양한 내담자를 만납니다. 그들은 모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심리적 배경, 발달 수준, 성격, 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상담을 위해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내담자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상담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진로 및 직업상담에서 자주 접하는 대표적인 내담자 유형 6가지와 그에 대한 상담 접근법, 실제 사례, 개입 포인트를 알아보겠습니다.
1. 진로 미결정형 내담자
🔸 특성
- 진로에 대한 명확한 목표나 흥미가 없음
-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일도 없어요.”
- 자기이해 수준이 낮고, 진로정체감이 형성되지 않음
🔸 상담 전략
- 다양한 진로심리검사 활용 (STRONG, MBTI, Holland 등)
진로심리검사는 내담자의 성격, 흥미, 가치관, 직업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STRONG 진로흥미검사, MBTI 성격유형 검사, Holland 유형검사 등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진로 선택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유용한 기초 자료로 활용됩니다. - 진로 경험 제공
이론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진로를 직접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경험 기회를 제공합니다. 직무 체험, 직업 현장 탐방, 선배 멘토링 등을 통해 내담자는 실제 일의 모습을 경험하며 진로의 현실성과 적합성을 탐색하게 됩니다.
이는 자기확신을 높이고, 진로결정 자기 효능감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자기이해 중심 접근: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진로의 출발점은 자신을 아는 데 있습니다. 성격, 강점, 흥미, 가치관 등을 함께 탐색하며 내담자가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가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은 진로정체감을 형성하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진로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 지나친 불안이나 자기 비난 완화
진로결정 과정에서 불안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흔히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내담자가 자신을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 먼저 그 감정을 공감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 상담자는 내담자의 장점과 가능성을 재확인시켜 주며, 긍정적인 자기 인식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 사례
- 고3 여학생 A는 수시 지원을 앞두고 있음에도 전공을 고르지 못한 상태.
- STRONG 검사 결과, 예술형과 사회형 흥미가 높게 나왔으며, MBTI는 INFP 유형.
- 상담사는 A가 감성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점을 기반으로 예술치료, 상담심리, 교육 콘텐츠 개발 등 창의·공감 직무 분야를 탐색하도록 안내함. 3회기 이후, A는 아동상담 쪽으로 진로를 좁혀가기 시작함.
2. 진로 유예형 내담자
🔸 특성
- 탐색은 활발히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함
-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끌려요. 아직 모르겠어요.”
-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며, 완벽주의 경향
🔸 상담 전략
- 선택 회피 이유 분석 (불안, 부모 기대, 실패 공포 등)
진로 결정을 미루는 근본적인 심리적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내담자가 어떤 감정이나 외부 압력(예: 부모의 기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회피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상담자는 그 회피의 의미를 공감하고, 내담자 스스로 불안을 자각하며 현실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제한된 조건 하에서 의사결정 훈련
완벽한 조건이 아니더라도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해보는 실전형 접근입니다.
진로 선택은 늘 불확실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한된 정보나 시간 안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보는 연습을 통해 내담자는 자기 결정력과 판단력을 조금씩 키워갈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기법
미래 가정 시나리오를 통해 내담자의 감정과 생각을 구체화하는 전략입니다.
현재 고민 중인 선택지를 실제로 실행했다고 가정하고, 3년 후 자신의 모습과 느낌, 결과를 상상해보게 함으로써 내담자가 진로 선택에 대한 직관적 확신과 감정적 반응을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작지만 구체적인 실천 계획 세우기
고민만 반복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행동을 통한 자신감 회복을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에 관련 전공 교수님 인터뷰하기”, “관심 분야 인턴 경험 조사해보기” 등 실행 가능한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내담자는 진로 결정에 대한 불안을 줄이고 자기 효능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 사례
- 대학생 B는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나 마케팅, HR, 스타트업 등 다양한 진로에 관심을 보임.
- “결정하고 나면 잘못될까 봐 무서워요.”라는 말을 반복함.
- 상담사는 진로결정 자기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소형 프로젝트 체험’ 과제를 제안하고 그 결과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워크시트를 활용하여 결정을 좁혀가는 훈련을 진행. 결국 B는 HR 분야로 방향을 정하고, 인턴 지원에 나섬.
3. 타인이 결정한 진로를 따른 조기결정형
🔸 특성
- 부모, 교사 등 타인의 권유에 따라 진로를 결정
- 자기 결정이 아닌 외부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함
- 내적 동기가 부족하며, 후에 진로 재고민 가능성 큼
🔸 상담 전략
- 외적 동기의 내면화 유도
부모나 교사의 기대 등 외부의 이유로 결정된 진로를, 내담자 스스로의 동기로 전환하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원해서 의대를 준비 중이에요”라는 말에서 시작해,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성장이나 의미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의미 재해석을 유도합니다. - “이 선택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 반복
진로에 대한 내담자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선택의 주체로서 자각하게 만드는 질문입니다.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닌, 감정과 가치, 기대를 이끌어내는 질문으로, 내담자가 선택의 과정에서 스스로의 입장을 더 깊이 들여다보도록 돕습니다. - 가치관 탐색 및 진로 이야기 재구성
내담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를 중심으로 진로를 재해석하고 스토리텔링하는 접근법입니다.
Mark Savickas의 진로구성 이론(Career Construction Theory)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경험과 기억을 통해 진로의 개인적 의미와 방향성을 재설계하도록 도와줍니다. - 대안 진로 탐색
현재 선택한 진로 이외에도 관심 있거나 적합할 수 있는 대안적 진로 옵션을 열어두는 전략입니다.
내담자가 지나치게 하나의 진로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며 융통성과 유연성을 갖춘 진로 설계를 유도합니다.
🔸 사례
- 의대 입학을 준비 중인 고2 남학생 C는 “부모님이 원하셔서”라고 말하며 진로에 대한 내적 동기 부족.
- STRONG 검사에서는 탐구형보다 사회형과 진취형이 높게 나왔으며, 실제로 그는 봉사활동과 말하기를 좋아했음.
- 상담사는 부모의 기대를 완전히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의학 분야 내에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점(예: 의료 NGO, 보건교육, 해외지원 활동 등)을 제시하며 ‘의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재정립하게 도와줌.
4. 회피형 내담자
🔸 특성
- 이전 진로 시도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회피 또는 무기력 상태
-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다 포기하고 싶어요.”
-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이 매우 낮음
🔸 상담 전략
- 감정 수용 중심 상담 (내담자 중심 접근)
내담자의 실패 경험과 좌절감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공감하는 접근입니다. 먼저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 자아효능감 재구축 위한 작은 성공 경험 설계
소규모 과제나 활동을 통해 내담자가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행 가능한 목표 달성을 통해 심리적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유도합니다. - 과거 실패 경험 재구조화
실패 경험을 단순히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배운 점과 의미 있는 변화로 재해석하게 합니다. “그때 실패 덕분에 내가 얻게 된 교훈은 무엇인가요?” 같은 질문을 활용합니다. - 사회적 지지자원 발굴 및 연결
친구, 가족, 멘토 등 내담자 주변의 정서적·현실적 지원 자원을 확인하고 활용하도록 돕습니다. 지지자 존재만으로도 내담자의 회복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 사례
- 30대 직장인 D는 창업 실패 후 우울감과 자책감으로 진로상담을 신청함.
- 상담사는 초기에는 ‘무엇을 할까’보다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가’에 집중하였고, 점차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에 대해 다루는 진로스토리 인터뷰를 통해 D의 내면 동기를 재정비함.
- D는 이후 취업보다는 사회적 기업과 연계된 창업 컨설팅 자원봉사를 시작하며 서서히 회복됨.
5. 진로 정체감 혼란형 내담자
🔸 특성
- 여러 분야를 전전하며, 일관된 진로정체감이 없음
-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요”를 반복
- 자주 진로 변경, 충동적 선택, 정체성의 혼란
🔸 상담 전략
- 진로정체감 수준 진단 (마르샤의 유형 등 활용)
내담자의 현재 진로정체감 상태를 평가하고 유형(혼란형, 유예형, 성취형 등)을 분류합니다. 이를 통해 상담 전략의 방향성과 개입 강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 정체감 탐색과 통합을 위한 글쓰기 과제 활용
진로 경험, 감정, 가치 등을 자유롭게 글로 써보게 하여 자기 이해를 촉진합니다. ‘진로 자서전’, ‘내가 싫었던 일의 공통점’ 등 창의적 글쓰기가 효과적입니다. - 멘토링, 인터뷰, 직무관찰 기회 제공
실제 직무 현장에 노출되며 직업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높이고, 자신의 감정 반응을 탐색하게 합니다. 이는 추상적 진로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 의미 중심 진로 접근 (가치, 정체성 연결)
내담자의 핵심 가치와 진로를 연결 지어 진로 결정에 일관성과 방향성을 부여합니다.
예: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 → 교육 콘텐츠 기획, 진로 상담 등
🔸 사례
- 20대 취준생 E는 전공을 세 번 바꾸고, 다양한 직무에 도전했으나 "다 재미없고 맞지 않는다"라고 호소.
- 상담사는 정체감 성취 수준이 낮다는 점에 주목하고, ‘가치 중심 진로 설계’를 위한 워크북을 함께 작성.
-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공정성, 창의성, 성장)를 기반으로 직무 재매칭을 유도하고, 결국 창업지원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기획직무를 진로 목표로 설정함.
6. 불안형 내담자
🔸 특성
- 스펙, 취업, 경쟁 등의 외부 환경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낌
- “지금 이대로면 취업 못 할 것 같아요.”
- 목표는 있으나 접근 방법이 막연함
🔸 상담 전략
- 현실적 직무 정보와 전략 수립 지원
내담자가 관심 있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채용 방식, 요구 역량, 근무환경 등)를 제공합니다. 모호한 불안을 줄이고,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시간관리, 목표 분할, 실천 계획 수립
취업 준비 과정을 작게 쪼개어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나누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예: 주간 목표 체크리스트, 데일리 업무 계획 등 - 불안 감소를 위한 인지행동기법 병행
부정적인 자동사고를 점검하고,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교체하는 연습을 돕습니다.
“내가 떨어질 거야” →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로 인지 전환 - 스펙보다 ‘핵심 경쟁력’에 집중하도록 전환
내담자가 수치적 스펙만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도록 돕고, 경험 속에서 드러나는 자기만의 강점과 역량을 찾게 합니다.
예: 프로젝트 성과, 협업력, 문제해결 경험 등
🔸 사례
- 대학교 4학년 F는 토익 점수, 자격증, 인턴 등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입사지원서에 쓸 게 없다”며 취업 불안을 호소.
- 상담사는 F가 그간 진행한 동아리 프로젝트, 해외 자원봉사 등의 경험을 분석해 ‘문제 해결형 인재’라는 자기 브랜딩을 도출.
- 자기소개서 컨설팅과 병행하여 심리적 자신감을 높였고, 최종적으로 2개 기업의 인턴 제안을 받음.
내담자 유형 파악은 ‘진단’이 아니라 ‘공감의 출발점’
진로상담에서 내담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유형에 따른 개입 전략은 정답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상담자가 그 유형 뒤에 숨은 내담자의 삶, 감정, 맥락을 함께 읽고 연결하는 따뜻한 시선입니다.
다양한 내담자 유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상담 전략을 준비한다면, 우리는 단지 ‘직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삶을 살아갈 힘을 찾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