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 사례로 배우는 글래서의 현실치료 상담
글래서의 현실치료 직업상담: 변화는 지금, 선택은 내 안에 있다
구직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무기력함은 많은 내담자들을 깊은 자기 회의로 이끕니다.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계속 이런 식이면 안 되는데…”와 같은 말 속에는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은 간절함과 동시에 변화에 대한 막막함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막연한 불안과 행동 마비 상태에 빠진 내담자들에게, 글래서(Glasser)의 현실치료 상담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현실치료는 과거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현재의 행동을 중심으로 “당신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있으며,그 행동이 원하는 삶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글에서는 한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 WDEP 모델이 실제 상담 장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직업상담의 회복적 도구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직업상담 사례(현실치료 상담기법 적용)
✅내담자 정보
연수(가명), 26세 여성
상담 요청 배경: 졸업 후 1년간 구직활동을 이어가며 점점 무기력해지고, 자기비난이 심해짐
호소 내용: “취업 준비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관찰된 특징: 낮은 자기효능감, 무계획적 생활 패턴, 외부 탓과 회피성 사고 반복
✅현실치료 상담 과정 (WDEP 모델 적용)
W – Want (원하는 것 탐색)
상담 초기, 연수는 스스로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면담을 거듭하며 “사람들과 일하며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욕구를 명확히 언어화하면서, 막연했던 불안이 조금씩 구체적인 방향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상담자 질문: “당신이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연수의 응답: “매일 아침 내가 갈 곳이 있고,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삶이요.”
D – Doing (현재 하고 있는 행동 점검)
연수는 하루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영상 시청으로 보내고, 구직 사이트는 열어보지만 실제 지원은 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다 막히면 “내가 뭐 할 수 있겠어.”라고 중단해버리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상담자 질문: “지금의 행동이 당신이 원하는 삶과 연결되고 있나요?”
연수의 응답: “아니요... 그냥 도망치고 있는 것 같아요.”
E – Evaluation (행동의 평가)
연수는 점차 자신의 선택이 원하는 결과와 얼마나 연결되지 않는지 자각하게 되었고, “내가 이렇게 지내는 건 나 자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감정적으로 동요했습니다.
그러나 상담자는 비난이 아니라 현실적 평가를 도우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이 선택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 바꿀 수 있는 선택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P – Planning (실천 가능한 계획 수립)
연수는 ‘완벽한 준비가 되기 전에는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하루에 1시간만 자소서 쓰기”, “일주일에 2건 지원하기” 등의 작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실행 후 작게나마 성취를 경험하며 자기 효능감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할 수 있었어요. 안 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WDEP 질문 가이드(예)
직업상담 장면에서 내담자의 변화 유도를 위한 현실치료 질문
1. WANT (욕구 및 목표 탐색)
- 지금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이 상담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요?
- 어떤 일(직업)을 할 때 가장 기분이 좋았나요?
- 직업을 통해 얻고 싶은 삶의 모습은 어떤 건가요?
2. DOING (현재의 행동 확인)
-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나요?
-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
- 현재 어떤 방식으로 구직 또는 진로 탐색을 하고 계신가요?
- 그 행동이 원하는 목표에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3. EVALUATION (행동 평가 및 자각)
-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당신이 원하는 삶과 일치하나요?
- 당신의 선택은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아니면 외부에 휘둘리고 있나요?
- 지금처럼 계속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되시나요?
- 지금 바꿔야 한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4. PLANNING (실천 계획 수립)
- 작게라도 실천 가능한 행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그것을 언제, 어떻게 실행할 수 있나요?
- 그 행동이 가능하도록 돕기 위해 내가 뭘 해드릴 수 있을까요?
-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느끼시나요?
✅상담 후 변화
상담 초기, 연수는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해하며, 반복되는 구직 실패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상담이 5회기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조금씩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지금 내가 겪는 이 문제도 결국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져, 그동안 주저하던 면접에 도전하게 되었고, 이전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피드백도 비교적 차분하고 수용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상담 종결 시점에 연수는 “비록 지금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 삶을 위해 다시 선택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변화 가능성과 책임 있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직업상담에서 현실치료의 의의
- 자기 책임감과 선택의식 회복: 구직 실패를 ‘내 존재의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결과’로 해석하도록 돕습니다.
- 감정 다루기보다 행동 다루기: 감정을 이유로 회피하는 대신, 실천 가능한 변화에 집중합니다.
- 목표 지향적 대화: 내담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현재와 연결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도출합니다.
- 단기상담에 효과적: 짧은 상담 회기에서도 분명한 변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현실치료 상담
현실치료는 ‘지금’, ‘여기’, ‘나의 선택’을 중심으로 내담자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취업 준비처럼 긴 과정과 반복된 실패가 동반되는 여정 속에서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는 상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로 ‘잘할 수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믿지만, 현실치료는 말합니다.
“시작해야,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