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로 배우는 포괄적 직업상담
1. “진로 고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요?”
많은 청년들이 진로 고민을 가지고 상담실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 고민의 양상은 단순히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로 요약되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 지나치게 많은 가능성 앞에 방황하는 사람,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고통받는 사람까지, 진로 문제는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진로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론이 바로 크릿츠(Crites)의 포괄적 직업상담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진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고, 예방까지 염두에 두는 구조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으로 오늘날 진로상담 이론 중에서도 가장 실용적이고 적용력이 뛰어난 모델 중 하나로 꼽힙니다.
2. 포괄적 직업상담 사례
내담자: 채영(가명), 23세, 여, 대학 졸업 예정
상담 요청 내용: 다양한 관심 분야(미디어, 교육, 심리)를 가지고 있지만, 한 가지를 정하지 못해 진로 결정을 미루고 있음
진단 요약: 결정성 낮음 / 자아 인식 혼란 / 이상적 진로와 현실의 간극 존재
✅상담 과정
1단계: 진단 및 초기 면담
초기 면담에서 채영은 다음과 같은 진술을 반복했습니다.
“다 해보고 싶어요. 미디어도 좋고, 교육 쪽도 좋고, 심리학도 관심 있어요. 근데 하나를 고르면 다른 걸 못할까봐 너무 불안해요.”
상담자는 진로 상태 진단 리스트 작성을 통해 채영의 상태를 진단했습니다. 채영은 자기이해는 비교적 낮고, 주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군에 과도한 기대를 두며,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은 아직 미성숙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 상담자는 ‘결정 회피형 진로 미결정’으로 진단하고, 상담의 주요 목표를 “자기 이해 증진 및 선택의 실천 가능성 탐색”으로 설정했습니다.
🧩 진로 상태 진단 리스트(크릿츠(Crites)의 포괄적 직업상담 이론 기반)
― 지금 나의 진로 상태는 어디에 있을까?
각 문항에 대해 아래의 점수 중 하나를 선택해 체크해 보세요.
전혀 그렇지 않다(1점) ~ 매우 그렇다(5점) 중 선택 가능한 솔직하게, 지금의 상태를 기준으로 응답해 주세요.
① 결정성: 진로 방향을 정했는가?
- 나는 어떤 직업(또는 진로 경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진로를 두고 갈등하거나 망설이는 일이 거의 없다.
- 내가 선택한 진로에 대해 큰 확신이 있다.
- 지금 진로와 관련된 준비(공부, 자격, 정보 탐색 등)를 하고 있다.
- 주변에 내 진로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 결정성 점수 합계: ______ / 25점
② 현실성: 진로 선택이 실제 조건과 맞는가?
내가 선택한 진로는 나의 현재 역량과 여건에 부합한다. 관련 직업의 요구 능력, 환경, 진입 경로 등을 알고 있다. 이상보다는 현실을 고려해 진로를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실패나 경쟁 상황도 포함해 진로를 계획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진로는 실행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 현실성 점수 합계: ______ / 25점
③ 자아이해: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 나의 성격, 성향, 가치관이 어떤 직업에 맞는지 알고 있다. 어떤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도 인식하고 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진로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내 선택이 나다운 삶과 연결된다는 확신이 있다.
✅ 자아이해 점수 합계: ______ / 25점
📌결과 해석
61~75점: 진로 상태 양호
➡️명확한 목표와 자기이해, 현실 기반의 선택 가능
46~60점: 진로 상태 중간
➡️일부 불확실성 존재, 자기이해 또는 현실성 점검 필요
30~45점: 진로 상태 불안정
➡️선택 회피, 자기 이해 부족, 비현실적 기대 우려
29점 이하: 진로 상태 미결정/위기
➡️구조적인 상담 필요, 진로 불안 또는 혼란 상태 가능성
2단계: 자기이해 증진 및 선택 시뮬레이션
이 단계에서는 채영의 주요 가치와 강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요소는 무엇인가?”
“지금의 선택이 나의 어떤 정체성과 연결되는가?”를 중심으로
자기개념 언어화 활동, 진로일기 쓰기, 나의 하루 그려보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관심 직업군을 선택해보게 하고, ‘직업 체험 시뮬레이션’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당신이 3년간 그 일을 했다고 상상해본다면 어떤 느낌일 것 같나요?”
이 과정을 통해 채영은 교육 콘텐츠 기획자라는 분야에 강한 흥미와 적합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3단계: 현실 검토와 행동 계획 수립
관심 있는 직업이 결정된 후, 상담자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로인지 함께 분석했습니다.
관련 자격 요건, 요구 능력, 연봉, 근무 환경 등을 확인하고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도록 지도했습니다. 이후 채영은 다음과 같은 실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 1주차: 교육 콘텐츠 관련 강의 수강 시작
- 2주차: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 및 포트폴리오 시작
- 3~4주차: 관련 직무 자소서 초안 작성, 자격증 탐색
4단계: 상담 종결 및 예방 전략
종결 단계에서 채영은 “처음엔 뭘 버려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내가 선택한 이유가 분명하니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상담자는 채영에게 다음을 안내하며 상담을 마무리했습니다.
- 자신의 진로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셀프 진단 리스트
- 정기적인 자기 피드백 일지 작성
- 필요 시 재상담 예약 및 진로 자료 접근 경로
3. 내담자에게 진로 결정을 ‘설계 가능한 과정’으로 인식시키다
이 사례는 단지 적합한 직업을 찾는 것이 아닌, 자기 이해, 결정 능력, 현실 감각, 실행 계획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크릿츠의 이론이 실천적으로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줍니다.
직업상담은 “무엇을 할까요?”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무엇인가?”를 함께 묻는 작업입니다.
이처럼 포괄적인 접근은 내담자가 진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유연한 도구가 됩니다.